의료비 절감(2); 환자안전관리 Healthcare policy

삼부작의 두 번째 테마, 환자안전관리입니다. 지난 번에 약물이상반응/복약순응도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약화사고와 관련된 환자안전 문제는 생략하고 나머지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5월 WHO에서 발간한 브로셔에는 환자안전관리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득이 크다는 부분을 홍보하고 있습니다.[1] 구체적으로 수술/시술에서 발생하는 문제(27%), 약물문제(18.3%), 그리고 헬스케어 관련 감염(12.2%)을 제시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약 15%가량의 병원의 지출이 이런 환자 안전관련 문제이고, 거의 수 조 달러가 이 영역에서의 불필요한 지출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WHO에서는 이미 15년 전부터 이러한 내용에 대해 인지하고 교육홍보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환자안전관리의 개선과 관련된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 영역인지, 얼마나 큰 손실이 발생되고 있는지 정작 보건의료 종사자들도 잘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환자안전관리의 실패로서 생기는 손실과 환자에 대한 위험이 어느정도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된 통계를 잡기가 상당히 힘든 것이, 의학적 진단서 혹은 소견서를 작성할 때는 보통 ICD10(한국의 경우 KCD)에 의한 질환분류법을 이용하므로, 진단 혹은 치료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가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연구를 한 사람들이 좀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여러 방법을 사용해서 추정을 한 결과 총 입원 사례 중 예방 가능한 치명적 사건은 0.71%정도로 추정되며, 모든 사망 원인들 중 세 번째(!!)에 해당될 정도라고 하고 있습니다.[2]

이런 어마어마한 수면속에 잠들어 있는 Medical error의 가장 큰 문제는,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분쟁의 소지가 될까 두려워 의료인들이 이에 대해 제대로 리포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1차적인 원인이고, 의료기관에서도 쉬쉬하고 덮고 넘어가고 제대로 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최대로 공개가 되는 경우도 고작 의료기관 내부의 Mortality conference등에서 원인분석을 하는 정도일 뿐, 외부로 노출이 되는 것은 언론 혹은 환자와 보호자에 의해서 소송이 제기되거나 할 때 뿐입니다. 이렇게 단편적인 사례만 놓고 봐서는 전체적인 그림이 눈에 들어 오지 않고, 이를 제대로 해결 할 수 있는 제도적 방침이 수립되지 않는 것은 자명한 결과입니다.

왜 이렇게 실태 파악이 안 되는 것일까요? 구글에 '의료사고'라고 검색을 하면 나오는 것은 제대로된 실태파악 보고서 같은게 나오는게 아니라 의료사고 전문변호사 광고, 의무기록 조작, 당신이 의료사고를 당했다면.... 이런 글들만 가득합니다. 이렇게 되면 의료인들은 더더더욱 실수를 인정하지 않게 됩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더더더욱 의료진들을 불신하게 되고.... 결국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들만 살판나는 동네가 되지요. Medical error는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들이나 기자들, 그리고 분쟁 브로커들이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환자나 의료인들이 외면한 장바닥 뒷골목처럼 내팽겨쳐져있을 영역이 아닙니다.

지난 번에 이야기를 했었던, 우리 사회가 받아 들여야 하는 중요한 전제 하나가 있었습니다. "의료는 비싸다".

받아 들여야 할 두 번째 전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인간은 실수를 한다."

모든 의사도 모든 의료인들도 인간입니다. 실수를 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의사가 실수를 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뭔 문제 발생하면 분쟁 일으켜서 소송걸고 해서 한몫 챙기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말 큰 문제는 그런 환자-의사간의 불신과 저신뢰로 인해 불필요한 과잉진료와 검사가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것입니다. 의사들도 인간인데, 실수가 발생할 때마다 뭔 검사를 안했다, 주의집중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 설명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 이걸 안했다, 저걸 안했다 별의별 명목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면, 본인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검사/처치의 남발로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미국의 경우, 고위험 전문진료과 6개 과의 의사들 8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90%의 의사들이 방어진료(Defensive medicine)를 한다고 실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불필요한 검사/술기 처방(59%), 불필요한 약 처방(33%), 불필요한 전원 혹은 진료의뢰(52%)등을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3]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과 달리 애초에 의료의 수가가 낮은데다 환자/보호자의 의료 남용(소위 말하는 닥터쇼핑)을 억제하는 기제가 없으니, 의료진 인당 외래/입원환자 숫자가 많아지고, 환자 1인당 의료진이 기울일 수 있는 집중력이나 시간이 부족하면 불가항력적으로 Medical error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제시한 두 가지 전제 - 의료는 비싸다/ 인간은 실수를 한다 - 가 함께 무시되면서, 의료는 싸야만 하고 (그래서 강아지 분만보다 사람 분만이 더 쌉니다), 의사는 실수해선 안되고 실수하면 일벌백계를 해야한다 (그래서 응급실 의사들은 오늘도 진단검사 처방을 뭉텅이로 내고, X-ray 판독료는 2~3천원인데 폐암결절 진단 놓치면 그 10,000배 쯤 배상해야 합니다) 는 두가지가 결합되어 지금과 같이 의료의 질은 추락을 하고, 환자와 보호자는 불만에 가득차고,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불만에 가득 차는 일이 벌어집니다. 제대로된 가치를 사회가 인정해 주질 않으니, 견디다 못한 의료진들은 그냥 업을 그만 둡니다. 저연봉과 극히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 지방 중소병원들은 구인난이 심각해 진지 오래 됐습니다. 그리하여 의료기관에서 일을 하는 간호사들은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40%밖에 되지 않습니다.[4] 몇 년 전에는 이때문에 지방 대학들을 중심으로 간호대가 신설되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결국 경험이 풍부한 중견 간호사들을 신입 간호사들로 값싸게 대체하는 효과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험과 무형자산에 대한 후려치기라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가치판단에 의해 IT업계가 망가지는 것을 우리는 봐 왔습니다. 똑같은 일이 간호사들에게도 일어나고 있고, 똑같은 일이 의대가 신설되어 의사 양성을 더 많이 하자는 바보같은 주장에 많은 이들이 동조하게 되면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의료의 질은 더 떨어 지게 됩니다.

환자와 의사 관계에 불신이 만연해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한국에 완전히 도입은 힘들겠지만, 뉴질랜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974년 뉴질랜드는 의료분쟁에 대한 형사고소를 금지하고, 의료분쟁과 관련된 보상을 국가기금에서 지출하게 했습니다. 2005년에는 이 보상을 받는 범위를 확장하여, 사실상 의료과오에 의한 보상을 국가에서 거의 완전히 커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됨으로서 뉴질랜드는 1차적으로 의료분쟁과 조정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했으며,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제기 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는 불합리함도 해소했습니다.[5]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렇게 공적인 영역으로 의료사고의 보상을 끌어냄으로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것도 큰 성과이고, 의료진들의 방어진료 성향을 누그러뜨려 과잉진료로 인한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는 효과도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환자와 의사 간에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뉴질랜드와 같은 형태의 공적배상기구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의료진을 믿지 않는데, 그럼 국가나 공조직은 믿을까요? 그것보다도, 일단 의료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된 가치를 지불 하지 않는데, 의료진이 환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질을 제공할 유인이 존재는 할까요? 거듭 이야기하지만, 문재인케어와 같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의사들이 이토록 심하게 반발을 하는 이유는 비보험으로 수익 챙겨서 보험부분의 밑지는 것을 벌충해서 병의원들이 연명하게 하는 왜곡된 시스템에 가뜩이나 불만이 많았었는데, 비보험 영역을 보험으로 커버하면 보나마나 뻔하게 또 가격을 후려 칠 것 아닙니까? 근본적으로 왜 병의원들이 의료 서비스 제공 이외에 그 사업체 유지와 보수에 전전긍긍할수밖에 없는 보험수가구조가 만들어 졌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토록 국가가 의료시스템을 책임지고 보장성을 강화시키고 싶다면, 국가가 민간의료기관을 인수하고 의사들을 공무원으로 만드는 것이 맞지요. 왜 국가가 남의 돈으로 생색내고 재주는 엉뚱한 사람들이 넘어야 하는 것입니까?

쓰다 보니 감염관리에 대해서는 말도 못해보고 지나가게 됐군요. 감염관리는 다음 기회에...

참고문헌

[1] Patient Safety: Making health care safer.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2017. Licence: CC BY-NC-SA 3.0 IGO. http://apps.who.int/iris/bitstream/10665/255507/1/WHO-HIS-SDS-2017.11-eng.pdf?ua=1
[2] Makary, M. A., & Daniel, M. (2016). Medical error-the third leading cause of death in the US. BMJ: British Medical Journal (Online), 353.
[3] Hoffman, J. R., & Kanzaria, H. K. (2014). Intolerance of error and culture of blame drive medical excess. Bmj, 349, g5702.
[4]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의료인 일괄 면허신고 기간 종료 (2013. 05. 07)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286284&page=1
[5] Bismark, M., & Paterson, R. (2006). No-fault compensation in New Zealand: harmonizing injury compensation, provider accountability, and patient safety. Health Affairs, 25(1), 27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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