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의료비 지출에 대하여 Healthcare policy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건강보험의 문제는 의료시스템이라는 난제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어째 대한민국에서 의료시스템은 건드리기만 하면 항상 문제와 부작용만 나오는 대표적인 영역일까요. 물론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저는 본질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마인드라는, 조금은 뜬구름 잡는 문제를 제기해 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의료는 비쌉니다. 예. 의료는 비싸요. 질병에 걸린 것을 진단하고, 치료를 하기 위한 술기는 의료진들이 숙달되기 위해서도 오랜 트레이닝과 보수교육이 필요하고, 교육을 아무데서나 받을 수도 없고, 진단 치료 기기도 개발에 비용이 많이 들고, 약품도 두말할 것 없고, 퀄리티 유지를 위해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들어갑니다. 그나마 현대 보건학/의학 혁명으로 인간의 평균수명과 건강위생 수준이 한두세기 전과 비교해서 엄청난 수준으로 향상되었던 것이고, 그 향상에는 엄청난 연구개발의 비용과 실패가 있었기에 향상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그런 맥락에서 OECD 국가들에서 GDP대비 의료비 지출은 9%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7%대로서, 터키, 멕시코, 폴란드 등과 함께 하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1]


한국은 의료비 지출이 적어서 결과적으로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나 건강지표가 뒤떨어 지는 것일까요? 적어도 접근성(HAQ index) 면에서는 대한민국이 1990년에 비해 2015년의 지표가 독보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납니다.[2] 전세계 195개국의 순위 기준으로 23위인데, 상위 10%에 속하는 성적입니다. 의료비 지출이 적기 때문에 접근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건강지표로 판단할 수 있는 기대수명을 보자면, OECD국가 기준 2030년 출생하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86세 이상일 확률이 90%이상으로 분석 되었습니다. 이는 가장 빠른 속도로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국가로 분류된 것인데요. 남성의 경우에도 기대수명이 1위를 차지해서 장수국가로 알려진 일본의 지위를 물려받게 된다고 합니다.[3]

의료 재정에서는 불필요한 지출의 절감 또한 중요한 요소로 지적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의료전달체계의 관리 및 닥터쇼핑 억제에 강제성이 전혀 없고, 이것이 2년 전 MERS의 갑작스런 감염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4]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1차진료의사들의 진료를 받기 위해 예약을 하고, 주치의가 소견서를 써 주지 않으면 2/3차 진료를 받을 때 전액 자가부담을 해야 되거나, 지역을 벗어나는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전액 자가부담을 해야 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 들일까요? 예약하지 않고 당일에 바로 전문의 진료를 볼 수 있고, 대학병원 외래 진료나 응급실 진료가 이렇게 불필요하게 많은데, 필연적으로 낭비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소 20% 이상의 절감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낭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5] 

OECD 보건국장은 구체적으로 다음 항목들을 절약 가능한 낭비 항목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1) 불필요한 입원
2)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
3) 제네릭 약품의 저조한 이용
4) 행정처리비용
5) 부당/착오손실
6) 의료비용의 지리적 편차

저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여기에 몇 가지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7) 불필요한 외래진료
8) 비과학적 진단/치료법에 대한 보험급여
9) 불필요한 119출동

각각의 해결책에 대해서는 제 나름대로 의견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1,2,7의 경우, 일단 진료비(및 본인부담금)를 50~100% 가량 상승 시켜야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불필요한 입원/응급실/외래 방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환자 입장에서 그 정도 가격 상승(외래초진비 본인부담금 4,500원에서 50% 상승) 때문에 받고자 했던 진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면, 그것은 '불필요한 지출' 맞습니다. 왜 우리는 감기/몸살/배탈/숙취 따위에 싸게 진료 받느라 정작 엄청난 지출이 필요한 중증외상/소아중환/암치료 등에 보험 커버를 못 받는 걸까요? 대한민국의 의료비용 지불구조 왜곡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이것이라 생각됩니다. 1차진료의 진료비가 상승해야 1차적으로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진료가 억제됩니다.

둘째로, 의료전달체계를 재정립해서 1차진료 주치의의 소견서가 없으면 2/3차병원 혹은 해당과 전문의 진료는 전액 본인부담금으로 돌려야 합니다. 3차 대학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외래 진료 열고 자기네 의료기관 내부에 제출할 용도의 소견서 발급하는 짓도 그만둬야 하고 말이죠. 이런 방식의 전달체계 확립과 의료이용 접근성 억제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이 발생할 것입니다.

3번에 해당되는 제네릭 약품의 이용은, 노르웨이의 사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곳에서는 최저가 제네릭 처방을 하지 않을 때는 처방의사가 그 사유를 기술해야 합니다. 약사는 더 낮은 비용의 제네릭 대체조제 가능성을 환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고, 처방의사의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환자가 거부할 때는 그 차액만큼 본인부담금으로 부과하게 됩니다.[6] 아예 브랜드 없이 최저가 제네릭 입찰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는데, 여기에 또 국가가 개입하면 어떤 바보같은 짓이 터질지 모르겠다는게 단점이군요.

4번은, 건강보험공단을 줄이는 것이 답인 것 같습니다. 현재 2017년 건보공단 예산은 총 62조 7천억원인데, 이 중 1조 3천억원 정도가 인건비/경상운영비입니다.[7] 의료비/약제비 전액을 일단 환자/보호자가 부담하고, 영수증을 공단에 제출해서 환급을 받는 형태로 가는 것이 부당 청구 색출에도 도움이 되고 인건비와 경상운영비 절감이 확실한데, 이렇게 진행된다면 건강보험공단의 기능 자체가 확 줄어들게 됩니다.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액 산출과 관련된 기능도 곧 사회보험공단과 국세청 등과 연동해서 확 줄어들테니, 건강보험공단의 거대한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아낀 비용으로 의료비용 지출에 더 쓸 수 있는게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 더 좋은 것입니다.

5번은 Medical error와 그냥 부당청구가 있을 수 있는데, 부당청구는 그냥 범법행위이니 색출과 처벌이 답입니다. Medical error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습니다. 따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8번은 소위 말하는 한방 or 민간요법이지요. 저는 한의학 자체가 구리다거나 싫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철저하게 의과학적 근거에 입각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 받은 것들만 처방 할 수 있게 인허가를 받고, 경제성 평가에서 더 비용효과적인 옵션이 존재할 경우에는 보험급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한방이든 현대의학이든 예외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하고 양자택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건강보험 할인을 하는 안을 함께 주장하고 싶습니다. 한방이 건강보험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7%가량인데요. 저는 건강보험료를 이정도 할인해 준다고 하면 당장 한방의료 배제 옵션을 선택하겠습니다. 가족들 전부 다 함께.

결과적으로 정리를 하자면, 의료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의료비용 수가 자체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전 글에서 말한 대로, 의료는 비쌉니다. 이것은 받아 들여야 합니다. 의료는 쌀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생로병사와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첨단 과학기술이 싸게 먹힐 수가 있습니까? 싸고 좋은 의료라는 것은 없습니다. 싸면 저질이고, 비싸면 고품질입니다. 물론 비싼데도 저질인 것은 얼마든지 있지만, 싸면서 고품질인 것은 없습니다. 싸면 저질입니다. 정말로 의료가 무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신다면, 대한민국에도 사례가 있습니다. 군 의료가 존재 하는데, 군 의료를 이용하는 사람, 제공하는 사람, 관리하는 사람 등등 관여하는 사람 중에 불만이 없고 완벽하다 주장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나요? 

솔직히 한국인들의 의료이용은 거의 남용에 가까운 것은 맞습니다. 입원일수나 외래진료 횟수 등을 봐도 그렇고 한 건의 질병 자체에 병원 반복 진료 횟수도 그렇고... 1번의 진료를 보더라도 10분 15분 제대로 의사와 대화를 하면서 진료를 하는 정도의 퀄리티를 원한다면 그만큼 지불을 하고 요구 해야 되지 않을까요? 의료이용 억제책과 제네릭 사용 장려, 공단 조직 감축, 한방의료보험 배제와 할인 등 여러가지 비용절감의 방법들이 존재하는데, 모두 하나같이 간단치 않은 문제들입니다. 국민 모두에게 이런 것을 설득하고, 의료비용 낭비를 줄일테니 보험료를 인상하자, 동참해 달라고 하는 것이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인데요. 전제 조건이나 국민이 감내해야 할 내용은 별 코멘트 없이 의료비용의 보장성을 강화하겠습니다! 라고 말만 하면 공급자에게나 사용자에게 어떻게 들릴까요. 앞뒤 덮어놓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늘인다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료비용의 절감 방안과는 별도로, 제가 생각하는 적은 재정 투입으로 큰 효과를 볼 것 같은데, 의외로 사람들이 관심이 별로 없는 영역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약물이상반응 관리/복약순응도 
2) 환자안전관리 (감염관리, medical error등)
3) 금주/금연/생활체육 진흥

시간이 될 때 이들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1] OECD health expenditure dataset
[2] Barber, Ryan M et al. 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Collaborators. Healthcare Access and Quality Index based on mortality from causes amenable to personal healthcare in 195 countries and territories, 1990–2015: a novel analysis from the Global Burden of Disease 2015 study. The Lancet, Volume 390, Issue 10091, 231 - 266
[3] Kontis, Vasilis et al. Future life expectancy in 35 industrialised countries: projections with a Bayesian model ensemble. The Lancet, Volume 389, Issue 10076, 1323 - 1335
[4]The Korean Society of Infectious Diseases, and Korean Society for Healthcare-associated Infection Control and Prevention. The Same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Coronavirus (MERS-CoV) yet Different Outbreak Patterns and Public Health Impacts on the Far East Expert Opinion from the Rapid Response Team of the Republic of Korea. Infection & Chemotherapy. 2015;47(4):247-251. doi:10.3947/ic.2015.47.4.247.
[5] 건강보장 4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공통세션(1세션)발표자료; OECD가 바라본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의 과제. Francesca Colombo, http://www.nhis.or.kr/bbs7/boards/B0042/24024
[6] Norway, European region, The health system and policy monitor: regulation, http://www.who.int/health-laws/countries/nor-en.pdf
[7]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국민건강보험공단

덧글

  • ... 2017/11/27 14:13 # 삭제 답글

    ...
    본인 부담율을 높혀서 소액 진료에 지출되는 재원을 줄이고,
    고가의 진료는 전적으로 의료보험이 떠 안는...
    (좌파들이 보면 또 들고일어나겠지만...선택적인 복지는 의료쪽이 더 시급한 문제입니다)

    전국민 의료보험은 처음부터 이렇게 갔어야 했죠.
    만시지탄이지만...
    내년부터라도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면 이 정권에 조금이나마 호감을 가지겠습니다.
    (홍이었다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졌겠지만...문에게 과연 그런 소신이나 의지가 있을까...)

  • acio 2017/12/10 23:18 # 삭제

    현재 저부담 저보장인 한국 의료보험 체계를 중부담 중보장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꾸준히 하는 건 정의당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당은 좌우를 막론하고 보장을 늘리면 늘렸지 밀씀하신 방향은 최소한 공개적으로는 절대 주장하지 않죠. (그리고 벌써 십수 년째 의사 쪽 단체랑 만나면 급여 현실화하겠다고 하고 있고요...) 꼭 정당 이념하고 연결되어 있다기 보다는, 어느 당이 선거공학에 더 관심을 기울이나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
  • acio 2017/12/10 23:28 # 삭제 답글

    가정의학과 교수님들이 수업 때 주장하시는 부분과도 대부분 일맥상통하는군요 ㅎㅎ
    일차의료와 의료전달체계 부분, 예방의학 중요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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