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높은 의료비는 이제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입니다. OECD국가에서 GDP대비 가장 높은 비중의 의료비 지출(17.9%)에 개인파산의 가장 큰 원인(2014년 기준 약 40%)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파산법 전문 변호사들의 주 고객들이 의료비때문에 빚더미에 깔린 사람들일 정도일까요.. 오바마케어 시행 이후 조금씩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약 20%대)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에서 처방약값이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에 불과합니다. 제네릭 약값의 인하 압박이 상당히 크고 대체조제를 장려하는 제도와,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함에 힘입은 것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실 의료비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만큼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약가가 높다고 논란거리가 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신약의 혁신이 인류의 건강과 생명연장에 도움을 주는 것은 명백합니다. Columbia business school의 Frank R. Lichtenberg 교수의 연구들에 의하면, 신약에 의한 효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2000년~2009년 사이 미국의 연령 보정 암 사망률 13.8% 하락하였으며, 이 중 신약과 진단기술의 향상이 각각 8.0%, 4.0% 기여한 것으로 나타남
2. 전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FDA승인을 받은 지 15년 된 약물을 5.5년 된 약물로 교체할 경우, 약값이 $18 상승하는 대신 비 약제비에서 $129가 절감되어, 총 의료비 $111이 절감됨 (투자 금액의 7배 절약)
3. 1982~1996년 사이 미국에서 신약을 사용함으로서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신약 지출 비용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됨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는 거의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됩니다. 이것은 불쑥불쑥 나타나는 기괴한 업자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다라프림(pyrimethamine)이란 약은 1953년에 출시되어 malaria 및 toxoplasmosis에 대한 치료제로(특히 면역억제 환자들에게) 이용되어 왔는데, 전직 헤지펀드매니저였던 Martin Shkreli라는 사람이 2015년 Turing pharmaceuticals 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이 약품의 판권을 Impax Laboratories로부터 $55mil.에 매입한 후, 1정당 $13.5이던 약값을 하루아침에 $750으로 올려버립니다. (원래부터 좀 관종에 좋지 않은 이미지였던 사람이었던데다, 실제로 이때 이 회사 내부자들의 언행과 메일 등이 2016년 2월 미 하원에 회람된 메모를 보면 사람들이 열 받을만 합니다...) 언론과 정가에 의해 미친듯이 조리돌림을 당하면서 약값을 조금(50%) 낮췄지만, 그해 말 Turing pharma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이전에 운영했었던 헤지펀드에서 발생한 증권사기 사건으로 기소되어 현재 감옥에 있습니다.

Martin Shkreli. 뉴스와 청문회서 좀 심하게 깐죽댔죠...
두 번째 사례는 한 연쇄창업가의 이야기입니다. 2000년 경, Jeffrey Aronin이라는 Ovation pharmaceuticals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2006년, Patent ductus arteriosus(선천성심기형의 일종)에 대한 치료제인 Indocin의 판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유일한 경쟁약제인 NeoProfene의 판권을 인수한 후 두 약의 약가를 13배 인상하여, 2008년 12월 미 연방 공정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ttee)의 기소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 법원은 기소를 기각함) 절묘하게도, 2009년 3월, Ovation pharma는 덴마크의 제약사인 Lundbeck에 $900mil.의 가격으로 매각됩니다.
Jeffrey Aronin은 그 후, Marathone pharma라는 회사를 창업합니다. 2013년 8월, Duchenne muscular dystrophy에 증상 완화를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경구용 스테로이드 제제 deflazacort에 대해 FDA에서 orphan drug designation을 받았습니다. 이미 제네릭으로 풀려서 쓸만큼 쓰는 약을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2015년 초, 회사에서 수행한 1상 데이터와 20년 전에 논문 발표된 3상 데이터를 들고 FDA에 NDA 접수를 합니다(!). 그것도 fast-track 심사와 Rare pediatric disease designation까지 받고 말이죠. 그리고 2017년 2월, FDA에서 상품명 Emflaza는 승인을 받습니다. 원래 미국 내 DMD 환자들은 FDA의 승인을 받지는 않았으나, steroid generic 을 복용하거나, 외국의 generic corticosteroid를 수입하여 복용해왔었습니다. 캐나다에서 동일 약물의 1년치를 구매하면 가격은 약 1,200달러 정도였는데, 미국 내에서는 Marathon pharma에서 FDA의 orphan drug designation을 받으면서, 해당 질환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7년간 갖게 되었으며, FDA 승인 직후 Marathon은 약가를 1년치로 $89,000을 제시했습니다. 이전 약 가격의 거의 60~70배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법으로 독점적인 공급이 보호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Marathon Pharma는 그 직후 Emflaza (deflazacort)의 권리를 PTC Therapeutics에 매각했으며, 거래 규모는 약 1억 9천만달러로 추정되었습니다. 또한, FDA의 규정에 따라 Priority review voucher도 부여 받았으며, 이 Voucher는 기업 간 사적 거래가 가능한 것이므로 Sanofi와 매각했으며, 이 거래 규모는 약 2억달러로 추정됩니다.
Jeff Aronin의 개인 홈페이지. 겉으로 보기엔 아주 성공한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 같아 보입니다(...)
이런 기업가(...)들의 족적을 살펴보면, 왜 미국인들이 제약회사를 그리 미워하는지 알만합니다. 그런데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보면 아시겠지만, 미국의 제약회사들에 약가를 규제하는 정책이 딱히 없습니다. Medicare와 Medicaid가 존재는 하지만, 최저가 보상 강제를 규제라고 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정부가 제약사와 직접 약가협상을 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과연 그게 어느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아직까지 판단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1]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 Health expenditures. https://www.cdc.gov/nchs/fastats/health-expenditures.htm
[2] 10 Statistics about US Medical Debt that Will Shock You. http://www.natlbankruptcy.com/us-medical-debt-statistics/
[3] Lichtenberg, F. R. (2013). Has medical innovation reduced cancer mortality?. CESifo Economic Studies, 60(1), 135-177.
[4] Lichtenberg, F. R. (2007), Benefits and costs of newer drugs: an update. Manage. Decis. Econ., 28: 485–490. doi:10.1002/mde.1355
[5] Lichtenberg, F. R. (2005). Availability of new drugs and Americans’ ability to work. Journal of 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47(4), 373-380.
[6] Congress of the United States, House of Representatives, Memorandum: Documents Obtained by Committee from Turing Pharmaceuticals.
[7] https://www.ftc.gov/news-events/press-releases/2008/12/ftc-sues-ovation-pharmaceuticals-illegally-acquiring-drug-used
[8] Sanders and Cummings Demand Answers After Marathon Sets Outrageous Price Tag for Critical Drug. https://www.sanders.senate.gov/download/february-2017-letter-to-marathon?id=06256FA4-D5AA-4E3F-AD40-589E7D664E84&download=1&inline=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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